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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대금공부


글쓴이: 박승호 * http://pshphoto.com

등록일: 2015-11-19 10:58
조회수: 870
 
[인터뷰] 진철호 인천무형문화재 4호 대금정악 보유자 "대금은 마음수행의 도구"

[오마이뉴스 김영숙 기자]

인천무형문화재 4호 대금정악 보유자인 진철호(65) 선생을 만나러 11월초 남구 문학동 인천무형문화재 전수교육관을 찾았다. 2012년 착공해 지난해 8월 개관한 이 전수교육관은 지하 1층·지상 3층으로 건축됐으며, 인천무형문화재와 중요무형문화재 기능과 예능 보유자 사무실 30여 개가 입주해있다.

205호 대금정악 사무실을 찾아가는 길에 만난 범패와 작법무, 인천수륙재, 가곡 여창, 경기12잡가, 휘모리잡가, 삼현육각 등의 사무실 이름이 생소했다. 무형문화재에 문외한이지만 조상들이 남긴 소중한 자산이라는 생각에 긴장했고, 멀지 않은 곳에서 가늘고 긴 소리가 들렸다. 구슬프기보단 단정하다는 느낌이었다. 소리가 나는 곳에 이르니, 진철호 선생이 문을 열어 둔 채 대금을 불고 있었다.

색소폰 불다가 대금 무형문화재 보유자 된 사연

 진철호 인천무형문화재 4호 대금정악 보유자.
ⓒ 김영숙

진철호 선생은 전주교육대학교에서 색소폰을 배웠다. 군악대에서 활동하면서 클라리넷 등, 다양한 금관악기도 불었다. 제대하고 고향인 정읍에서 교편을 잡으면서 아이들에게 브라스밴드를 지도하기도 했다. 그러다 어느 날 국악을 만났다.

"한국예술문화단체총연합회(아래 예총) 전북지부 음악분과 사무국장을 했어요. 그때 국악을 하시던 어떤 분이 '국악을 고령자만 해서는 발전이 안 된다, 서양음악을 하는 사람들이 우리 국악을 해야 발전이 있지 않겠나?'라고 제안을 하시더라고요. 그래서 트럼본과 트럼펫을 불던 사람들과 대금을 배우러 갔는데, 처음엔 정말 재미가 없었습니다."

동적이고 빠른 템포의 서양음악을 연주하다 느려도 너무 느린 대금 연주는 서양음악을 전공한 사람들이 적응하기 힘들었다. 같이 배우러 간 동료들은 한 번 배우더니 모두 포기했는데 진 선생은 스승이 열심히 가르치는 것이 죄송스러워 발길을 끊지 못했다. 그 인연으로 무형문화재 보유자까지 된 것이다.

전북에서 처음 만난 대금 스승이 송파 김환철 선생이다. 송파 선생에게 3개월을 배우니 조금씩 소리가 나기 시작했다. 대금의 맛도 조금씩 느꼈다. 서양음악에서는 느끼지 못했던, 애끓거나 애달프게 하는 소리였다. 진 선생은 그때부터 서양음악을 모두 접고 대금만 불기 시작했다.

그 무렵(1984년) 그의 스승 송파 선생이 전북무형문화재 4호 보유자가 됐고, 그는 자연스레 전수 장학생이 됐다. 문화재 보유자는 전수 장학생을 둘 수 있으며, 장학생은 5년간 배워야 이수할 수 있다.

인천에서 죽헌 김정식 스승을 만나다

그가 전수 장학생을 이수한 1989년, 전북엔 교사 인력에 여유가 있었고, 수도권은 부족한 상황이어서 인천에서도 다른 지역의 교사를 모집했다. 전북 정읍에서만 지냈던 진 선생은 동료교사이기도 한 부인과 인천으로 전직을 신청, 1990년 3월 1일 발령을 받았다. 송파 선생은 인천에 있는 자신의 제자 죽헌 김정식 선생을 진 선생에게 소개했다.

우연의 일치인지, 진 선생이 죽헌 선생에게 대금을 배울 무렵 죽헌 선생은 인천무형문화재 4호로 지정됐다. 진 선생은 또 다시 전수 장학생이 돼 5년간 열심히 배웠다. 1998년 연평도로 발령이 났다. 전교생이 15명인 작은 학교에서 4~6학년을 합반해 가르쳤다.

"그때 아마 대금이 없었다면 못 살았을 거예요. 애들이 하교하면 관사에 교사 두 명만 있는데, 너무 외로웠어요. 평생 불 대금을 연평도에서 다 불었죠. 방학이 아니면 휴일에도 섬에서 나오지 못해 대금만 불었어요."

그러다 중구 신광초교에 초빙됐고, 그후 신흥초교와 주안남초교를 거쳐 2011년에 숭의초교에서 교직생활 42년을 정리하고 정년퇴임했다. 진 선생은 인천에서 많은 사람에게 대금을 가르쳤다. 학생들은 물론이고 교사들을 가르치는 데도 심혈을 기울였다. 일주일 내내 가르친 적도 있었는데, 무료 강습을 했다.

"교직생활을 하면서 기뻤던 건 초등학교에 국악이 50% 더 늘어난 것입니다. 예전에는 서양음악 위주의 교육이었는데, 지금은 초등학교 교과과정에 단소를 가르치게 돼 2012년부터 정식으로 소금을 배우는 과정이 편성됐어요. 체계적인 교육이 되니 이제는 내가 가르치지 않아도 대금은 활성화될 겁니다."

"대부분의 문화재 보유자는 힘들어요"
   
 사무실 한쪽벽에 걸린 소금·대금·중금.
ⓒ 김영숙

우리나라 문화재제도는 국가의 중요문화재나 지방문화재나 같다. 전수 장학생으로서 문화재 보유자에게 5년을 배우면 이수증이 발급되고, 문화재심의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전수 조교가 될 수 있다. 전수 조교와 보유자는 한 명씩만 둘 수 있으며, 문화재관리위원회를 최종 통과해야 인정된다. 전수 조교가 돼야 비로소 가르칠 자격이 주어진다. 또한 보유자는 기존 보유자 사망 시에만 심사를 거쳐 승계를 받는다. 1999년 스승인 죽헌 선생이 돌아가시고 4년이 지나 진 선생이 보유자가 됐다.

"문화재 보유자라는 명성은 있을지 몰라도, 죽헌 선생도 한 달에 지원금 70만~80만 원으로 어렵게 사셨어요. 나야 교직에서 퇴직해 연금이 나오니 넉넉한데, 대부분의 문화재 보유자는 힘들어요. 직업으로는 권장할 게 못돼요. 그래서 전공하겠다고 오는 학생들은 가르치지 않아요. 직업으로 하면 비참해진다고 얘기하기도 합니다."

그는 송파 선생도, 죽산 선생도 돌아가시기 직전까지 대금을 불었으니,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그 무엇이 대금에 있다고 한 뒤, 좀 나아졌지만 여전히 국악을 홀대하는 등, 우리 문화에 대한 자부심이 부족한 것이 문제라고 했다.

"교육의 책임입니다. 어릴 때부터 교육을 잘해야 합니다. 모든 교육은 접해봐야 하죠. 보고 듣고 만지고 불어봐야 해요. 그래야 친숙해지고 좋아합니다. 이제는 초등학교 교과과정에 있으니 조금씩 변화가 생길 겁니다."

대금은 나를 다스리는 수행의 도구

대금은 크기에 따라 단소, 소금, 중금, 대금으로 구분된다. 또한 대금은 정악대금과 산조대금으로 나뉘기도 한다. 정악대금은 궁중에서 하는 제례악 음악으로 잔잔하게 긴 소리가 난다. 이에 비해 산조대금은 민속악으로 민요 등에 사용돼 대중들한테 더 친숙하다. 부는 방법에도 차이가 있는데 산조대금은 취구가 커서 요성이 많이 나 구슬프게 들린다.

"서양음악은 남에게 들려주기 위한 경우가 많아요. 그러나 국악이나 대금은 나 자신을 다스리는 음악입니다. 스승께서 15분 정도 되는 한 곡을 다 불고나면 근심도 덜고 마음이 풀어진다고 했어요, 그때는 몰랐지만 지금은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힘들 때 한 곡을 불고 나면 '그래, 세상 이렇게 사는 거지'라는 생각을 하고 나 자신을 돌아볼 수 있어서 좋습니다.

정악대금은 태교음악이나 병상치료, 정신치료 음악으로도 많이 사용해 정신과 의사들은 치료차원으로 정악대금을 많이 들려준다고 해요. 마음이 요동치지 않고 가라앉게 만든다고요. 스승께서 '남을 위한 음악이 아니라 너 자신을 깨우치는 음악을 했을 때 비로소 대금을 하는 것이다'라고 말씀하셨는데, 그래서 더 어렵죠."

진 선생을 찾아간 다음날 인천무형문화재 전수교육관에서 전수학교 발표회가 열렸다. 전수학교제도란 인천시의 지원으로 전수학교로 지정된 학교에 1년에 60~70시간씩 문화재 관련 교육을 하는 제도다. 일례로 진 선생은 전수학교로 지정된 청량초교와 송천초교에서 학생들에게 소금을 가르쳤다.

진 선생은 "타 시·도에 없던 좋은 제도였는데 인천시 재정이 어려워 50% 이상 줄였어요,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다른 데 사용하는 예산을 줄이더라도 교육에 투자하는 것은 줄이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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